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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불온서적 딱지에서 풍기는 영화 <변호인>의 오마쥬 이 블로그를 방문한 독자님들은 서점에 자주 들르는 애독가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몇 년 전 서점에 "국방부 지정 금서목록" 기획전이 열렸던 걸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2008년 국방부가 장하준 교수의 을 포함한 23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사회의 피드백이었지요. 이 블랙코미디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슬픈 일입니다. 군인 역시 현재의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의 일부일진대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금서목록을 만들고 이를 강요한다는 것은 시대적 모순일 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한 불법행위 입니다. (사진: 경향신문) 아래 링크기사를 보시면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처한 상황에 처하실 겁니다. 막스 베버의 을 소지하.. 더보기
한국인들은 나태한 적도 없고, 나태하지도 않습니다 친구의 프랑스인 친구가 있어서 같이 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몇 년 한국에 머물던 친구라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알고, 한국분위기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던 친구였습니다. 이 프랑스인은 한국인들을 정말 부지런하고 일도 많이 하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면서도 불평없이 일하는 한국인들에게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을 했습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도로 위에는 먹고살겠다고 바삐 움직이는 택시며 버스며 퀵서비스며 영업용 차량이 즐비합니다. 거기엔 또 바삐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과 물건들이 한가득이지요. 지하철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시장은 또 안 그렇습니까? 어디나 정말 부지런히 .. 더보기
우리가 진정 분노해야 할 것은 땅콩리턴이 아닙니다 오늘 사무실에 있다보니 낯선 얼굴이 문을 열고 멀뚱이 쳐다보더랬습니더. 이제 한 스물 조금 넘었을까. 꺼칠해진 청년 한 명이 뭐라고 말을 떼지 못한 채 저와 눈이 마주쳐서 무슨 용무인지 물었습니다. 아마 실험용쥐를 먹일 사료 같은 걸 배송 온 듯 싶었습니다. 잠시 밖에 나갔다 들어와도 추운 이 날씨에 온종일 밖에서 배송을 해야하는 고통의 깊이를 얼어붙은 그의 얼굴이 잘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통화 중이었던지라 옆에 앉은 아래 직원에게 담당자 호출해 달라고 하니 요지부동입니다. 별반응이 없네요. 아마 바쁜 뭔가가 있었겠지요. 배송직원에게 잠깐 앉아있으라 하고 직접 담당자 호출해줬습니다. 그렇게 일이 지나고 신입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밖에서 일하는 사람 홀대하는 것 아니라고. 이 추운 .. 더보기
은하초특급 대한민국호는 지금 위성 타이탄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진: 은하철도999의 한장면 캡쳐) 라는 만화영화를 알고 계신가요? 미스테리하고 매력적인 메텔과 엄마를 잃고 기계몸을 얻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철이의 우주여행을 그린 만화지요. MBC나 EBS에서 방영해 준 적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이 만화를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를 발진한 은하초특급 999호는 화성을 지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역에 정차하게 됩니다. 그곳의 룰은 간단하지만 무시무시합니다. 타이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상대를 죽이는 것조차도요. 철이가 타이탄역 광장에 나오자마자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하지요. 하지만 근처의 아무도 살인사건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저 제 갈 길 가고, 제 하고 있는 것 할 뿐이지요. 무조건적인 자유가 위성 타이탄의 .. 더보기
시킨대로 낳았더니 유치원 추첨해야 하는 꼴이면 그게 거지꼴 저는 라디오를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 어제였나요. 아침에 SBS 러브FM 을 청취하다 출근했습니다. 사연 중에 "우리 둘째 아이도 (국공립)유치원 당첨됐어요 축하해주세요!"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태어나자마자 유치원 대기에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새롭지도 않아 넘겼습니다. 그런데 방금 같은 방송국 라는 프로를 듣고 있자니 또 유치원 당첨 축하해 달라는 사연이 소개되네요. 사연을 보낸 어머니는 파티를 하겠답니다. 물론 축하할 일이지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추첨에서 떨어진 아이는 또 얼마나 많을까요. 그러면 그 아이들은 어디서 교육받고 양육되어야 할까요. 만만치 않은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하구요. 항상 빛에는 어둠이 따릅니다. 그저 운이 좋아 양지에 있을 뿐 언제 음지로 굴러 떨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