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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검은 꽃 - 김영하] 오늘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 얼마 전 서점의 도서 판매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수 년전 출간된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란 책이 역주행 중이더군요.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며 우리 시민들이 국가란 존재의 실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세금을 징수하거나 공권력을 행사할 때는 명백했던 국가의 존재가 정작 내가 필요로 할 때는 부재했다는 허탈감이 시민들을 각성시킨 것이지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국가의 존재 명분은 이 땅의 현실에서 실현된 역사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왕조시대에는 종묘와 사직이 우선이었고, 공화국이 들어서고도 국민들은 뒷전이었으니까요. 군림하되 책임은 없는 이런 행태가 시민들의 냉소를 불러왔고, 체제의 유지를 위해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불행한 현실에.. 더보기
[눈먼 자들의 국가 - 박민규 외] 고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눈먼 자들의 국가저자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4-10-06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진실에 대해서는 응답을 해야 하고 타인의 슬픔에는 예의를 갖추어... 안녕하세요. 아니 이제는 좀 편안하신지요? 안녕하냐는 인사를 전하기가, 편안하시냐는 안부를 묻기가 민망합니다. 작년 4월 16일, 그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떠난 여러분께 안녕하냐는 말, 편안하시냐는 말이 가당치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글의 첫 문장을 써내기가 그리도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유독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당신들이 어처구니 없이 세상을 떠난 뒤로 복잡한 생각과 황망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화를 내고, 분노하고, 항의를 해도 당신들이 이 세상으로 다.. 더보기
[외딴방 - 신경숙] 1978년, 사회에 처음 진출했던 그 소녀는... 외딴방저자신경숙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4-01-1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발간에 부쳐 한국문학의 ‘새로운 20년’을... 영화 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어디였느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바로 김영호(설경구 분)가 열차 철교 위에 올라가 두 팔을 뻗고 달려드는 기차를 향해 "나 돌아갈래~!!"라고 소리치는 씬을 꼽기 마련이다. 이런 보통의 반응과 다르게 나는 열에 하나에 속하는 사람이다. 나는 철교 아래로 소풍 온 공돌이들과 공순이들, 그리고 그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부르던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가 기억난다. 뭐랄까. 사진 속에서 봤던 과거의 아버지, 숙부, 고모들이 거기 있었다. 내게는 단절되고 토막나 있던 개발시대의 기억이 영화를 통해 삽입되면서 비로소 생명력을 갖기 시작했.. 더보기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다니엘 튜더 著, 노정태 譯] 재앙을 초래한 나라 슬픔에 빠진 나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저자다니엘 튜더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3-07-31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불가능의 기적을 이룬 나라 아직도 불가능한 희생을 요구하는 나라... 대학에 첫발을 내딛은 시절, 오로지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20살짜리 풋내기들은 지방을 거론해야 할 때면 거의 예외없이 '시골'이라는 단어로 표현을 하던 기억이난다. 서울에서조차 자신이 살고 있는 구區와 가봤던 몇몇 번화가 외에 경험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지방이란 곳은 아주 생소하고 낯선 곳이었을게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표현하는 말로는 겨우 '시골'밖에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경험과 시야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 촌놈'들에게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아이티를 떠올리면 그 끔찍했던 대지진의 재.. 더보기
[자기 앞의 생生 - 에밀 아자르] 오늘 여기서 사랑하세요 자기앞의 생저자에밀 아자르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3-01-24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국내 최초의 원작 계약출판사에서도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광고를... 한 항공사의 광고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광고는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사랑한 유럽 Best10은?" 이국적인 풍경들과 또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이 배경으로 띄워진 멋진 광고였다. 비단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이 광고에서 꼽은 유럽의 명소들이 이란 책으로 출간돼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것만 봐도 그렇다. 본디 여행은 좋은 것이다. 일상이란 사막을 걸어가다보면 누구나 여행이란 오아시스를 꿈꾸게 된다. 자신이 속한 곳을 잠시 비우고 배낭에 객창감 가득 채우고서 이국으로 떠나는 잠시의 일탈은 상상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