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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시킨대로 낳았더니 유치원 추첨해야 하는 꼴이면 그게 거지꼴



저는 라디오를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 어제였나요. 아침에 SBS 러브FM <이숙영의 러브FM>을 청취하다 출근했습니다. 사연 중에 "우리 둘째 아이도 (국공립)유치원 당첨됐어요 축하해주세요!"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태어나자마자 유치원 대기에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새롭지도 않아 넘겼습니다. 그런데 방금 같은 방송국 <유영재의 가요쇼>라는 프로를 듣고 있자니 또 유치원 당첨 축하해 달라는 사연이 소개되네요. 사연을 보낸 어머니는 파티를 하겠답니다.


물론 축하할 일이지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추첨에서 떨어진 아이는 또 얼마나 많을까요. 그러면 그 아이들은 어디서 교육받고 양육되어야 할까요. 만만치 않은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하구요. 항상 빛에는 어둠이 따릅니다. 그저 운이 좋아 양지에 있을 뿐 언제 음지로 굴러 떨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간단하지요. 유치원이 모자라면 늘리면 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누리과정과 무상급식에 쓸 예산은 없다며 아이가진 국민들에게 '추첨'을 강요합니다. 시설이야 기존 타용도 시설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면 될 것이고, 인력이야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때문에 쉬고 있는 유치원 선생님들을 좀 더 나은 대우로 모시면 될 것인데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먹이고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장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임에도 말입니다.


지난 주 극장에 가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상영 전 나오는 광고 중에 출산장려 광고도 있더군요. 둘이면 충분하다나요. 대놓고 낳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나라가 몇 십년도 지나지 않아 출산장려를 하는 상황에 처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시킨대로 낳았더니 유치원 가는 것조차 추첨해야 하는 꼴이면 그게 거지꼴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더이상 아이 키우는 국민들을 기만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