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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漂海錄 - 최부崔溥 지음, 방현희 옮김] 독서를 통해 낯선 곳으로 표류하고 싶다 '통通하지 않고 고여있으면 썩는다.'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관찰을 통해 그런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고여있는 물웅덩이는 필연 썩게 되고 그곳에 장구벌레 같은 해충의 알이나 유충들이 삽니다. 반면 맑게 흐르는 시내川나 계곡물에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송사리와 가재가 놀던 그 맑은 물에는 자연의 생명력이 넘실 거렸습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한 부위를 단단하게 묶어서 혈액의 순환을 막아놓으면 대번에 괴사가 벌어집니다. 모두가 통通하면 살고 막히면 죽는 것입니다. 교과서를 통해 한국사를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벽란도'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고려왕조의 수도였던 개경開京(현 개성시)을 흐르던 예성강의 하구에 있던 국제무역항이었다고 하지요. 극동아시아의 고려는 중국대륙과 동.. 더보기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오찬호] 남자라서 모르고 사는 것들 지금은 거의 없어진 '재래식 화장실'이란게 있습니다. 보기에 흉할 뿐더러 냄새도 고약합니다. 써보신 분들은 그 고통을 잘 아실 겁니다. 헌데 처음엔 고약했던 악취가 그 안에 조금 있다보면 나지 않습니다. 내부의 악취가 후각의 역치閾値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말이죠. 그쯤이면 실제로 악취의 강도가 어떤가에 상관없이 악취가 더이상 악취가 아니게 됩니다. 사람이 느끼기에 말이죠. 익숙해지거나 중독이되면 잘 모르게 됩니다. 둔감해지는 것입니다.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도 마찬가집니다. 누군가 한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에 익숙해졌다면, 그는 그 사회의 치부에서 풍기는 악취를 느끼지 못합니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구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을텐데요. 화장실 안에서 '아무 냄새 안난다'고 주장해봐야 진실과 거리가 먼 착.. 더보기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마 겐지 丸山健二] 2017년부터는 자유인으로 살아보세요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먼저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무사히 보내신 독자님들께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변을 봤을 때 누구하나 편안히 지낸 분이 없었기에 노고가 많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2017년에는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의 말씀을 전하면서 오늘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6년, 그 전의 2015년, 그리고 2014년. 또 그 이전까지 회상해 봅시다. 내가 그리고 결정한 삶을 살아오셨는지요? 아니면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파도에 떠밀리듯 살아오셨는지요? 지난 시간을 반추 해봤을 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17년 오늘은 새로운 다짐을 해봤으면 합니다. 우연이나 남의 의사에 내 삶을 내맡기는 부자유不自由를 넘어 진짜 내인생을 살아가는 자유인의 첫 날로써 말입니다. 인.. 더보기
[국가의 사생활 - 이응준] 통일은 대박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도스타인 베블런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명품이나 사치품 구매를 통해 가난한 이들과의 구별짓기를 한다는 것이죠. 실상 소비만을 통해서는 아닐겁니다. 당장 우리사회만 해도 출신지역과 대학, 성별 등 갖은 조건과 이유를 붙여 서로를 구별짓기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19세기 말 미국사회 모습을 냉소적으로 비판한 베블런의 관점에서 21세기의 우리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지요.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는 내부의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 전략입니다. 마치 1차대전 후 독일인들이 나치의 아래 통합되는 한 편, 유대인을 사회내 악질적 소수로 구분짓고 증오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같은 사회 안에서 .. 더보기
[노후파산老後破産 - NHK 스페셜 제작팀 저, 김정환 역] 노인들이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회를 아십니까?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시대의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딱 대중이 생각하고 원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요새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나이 먹음에 대한 조롱'입니다. 어린 아이돌을 데려다 나이가 두 배쯤 많은 사람을 공격하고 면박주는 식으로 웃음을 유도하더군요. 우리 사회가 나이먹음, 즉 늙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늙는다는 것은 약해짐을 의미합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해집니다. 노인이 여성,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배려와 양보의 대상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헌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인데(OECD 평균 12명), 7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108.3명(OECD 주요 27개국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