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경제ㆍ경영

[골목사장 분투기 - 강도현] 내가 자영업 하다 망해봐서 아는데~?

라디오 광고의 인상적인 멘트나 CM송은 TV광고 못지 않은 효과를 낸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X연료가 좋더라~'던 부탄가스나 OO머리 샴푸 등은 라디오 광고로 성공한 케이스다. 요즘 비슷하게 라디오에서는 이런 광고송이 많이 들린다.

 

", 장사하자 먹고살자~ 오늘도 방실방실 밝은 대한민국의 하늘~ , 장사하자"

 

웃겼다. 이 광고를 낸 업체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만 이 광고의 멘트인 '밝은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게다가 이 멘트는 노골적으로 '장사하자'며 예비 '자영업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소위 창업컨설팅을 해주겠다는 말인데 자영업 푸어란 말이 전면에 등장한지 오래인 지금, 각각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어느 만큼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유망한 업종을 선택해 입점까지 시켜 성공할 수 있다면 컨설팅을 하지말고 자신들이 스스로 점포를 차려서 영업을 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할텐데?'라는 의문이 뒤따랐다) 하지만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퇴직금 2~3억 받고 나온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자기 사업을 해볼 기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아마 컨설팅업체의 타켓도 그 쪽이지 않을까 한다)


 

TV에서는 대박 맛집을 보여준다. 냉면 한 가지 메뉴만 팔아서 수 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거다. (이 장면에서 매출 금액은 시청자가 잘 볼 수 있도록 굵고 붉은 숫자로 자막처리 된다) 서점에 가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자기계발서 코너를 가봐도 비슷한 레퍼토리를 텍스트화 시킨 책들이 당당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말 나도 내일 당장 시작하면 대박 가게의 사장이 되어 돈방석에 앉을 환상에 가슴이 설렌다. (설마 그럴까 하지만 나 스스로도 그런 분 아래 있어봤고 그 주변에서도 여럿 봤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도 않다. 실상을 알고보면 이렇다. 40대 중후반이나 50대 초반에 회사에서 나왔는데 자녀들 교육이나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중년들이 떠밀리듯 선택하는 것이 자영업이다. 나이 때문에 재취업은 어렵고 수입은 더 필요하니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거다. 실제로 우리 동네 자영업체 사장님들과 이야기 해보면 아무개 대기업 부장이나 아무개 은행 차장을 지냈던 전성기 시절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분들이 튀기던 닭고기나 화덕 위의 피자들은 본인들의 전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였다. 그저 "먹고살려니 이거라도 해야지"라는 창업동기(?)를 들을 수 있었다. 헌데 가정의 명운을 걸고 시작한 가게의 생존률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자영업 폐업 비율은 80%. 10곳 생기면 8곳 망한다는 말이다.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이다. 위 사진처럼,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지금, 음식값을 내려서라도 살아남겠다는 가게의 현수막을 보면 이건 생존경쟁이 아니고 피와 살이 튀는 생존전쟁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격 인하로 인한 식자재 부실과 이로 인한 음식의 질 저하,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동강도 상승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골목 사장 분투기

저자
강도현 지음
출판사
인카운터 | 2012-09-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매년 60만 명 등록, 58만 명 퇴출 생존하기 위해 꼭 알아야...
가격비교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떠오른 자영업 대란.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에 해법이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망한 카페 사장이란 경력을 바탕으로 강도현 씨가 쓴 책이 <골목사장 분투기>. 강도현 씨는 한 때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잘 나가던 금융 트레이더였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소셜'이라는 주제에 꽂혀 홍대 앞에 카페를 창업하면서 자영업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저자 역시 80%의 폐업률에 동참하며 망한 자영업자가 된다. (물론 지금은 다시 소셜카페라는 테마로 '카페바인'을 운영하며 꿈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 출산 7회에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저자는 망한 자영업자의 경험을 홀로 차지하지 않고 <골목사장 분투>의 출간과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려 한다. 저자가 말하는 소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몸값 비싼 실패라는 성공의 어머니를 누가 쉽사리 내주겠는가?) 총론적으로 <골목사장 분투기>는 책 곳곳에서 자영업을 하다 망해본 저자의 경험과 이야기가 묻어나고, 나름 전문적이면서도 쉽게 쓰여져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의 연세가 많고 책읽기에 친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인지 <골목사장 분투기>200페이지 조금 넘는 정도다. 내용도 너무 어렵지 않게 일상의 언어로 쓰여졌다. 책은 1'자영업 대란', 2'골목사장, 빚지고 태어나 빚갚다 죽다', 3'자력갱생 불가사회'의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 저자는 1)은퇴자들이 퇴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2)자영업 시장에서 대기업에 치여 고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 3)자영업자가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인구구성 구조 등 자영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분석과 관망을 내놓는다. 현재 50대 은퇴자들이 퇴직금 몇 억들고 나와도 자녀의 대학 진학 등으로 본격적으로 지출규모가 커지면 퇴직금으로는 여생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허나 나이든 은퇴자의 재취업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돌파구로 치킨집, 피자집, 카페 등 자영업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미 자영업 시장은 대기업 마트나 빵집 등으로 점령되가고 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이른 나이에 은퇴하고 꾸준히 자영업시장에 뛰어드는 이상, 자영업자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2장은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만큼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낸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실제 자신이 카페를 차렸다가 폐업한 이야기를 비롯,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자영업자(레스토랑 사장, 편의점 주인 등)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고 있다. 아마 실제 자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눈길이 가는 장이고, 저자의 조언도 이 장에 많이 몰려있다. 먼저 현재 자영업자들이 처하기 쉬운 어려움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예 - 1)창업 시 모자란 비용을 빚낸 경우의 과다한 리스크(은행빚을 안고 폐업하면 재기란 거의... -_-)와 지나친 임대료(이게 갑이다), 한 편의점의 예 - 2)불공정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계약관행과 영업방식, 그리고 저자 자신의 카페 폐업담 - 3)해당분야에 전문화 되지 않은 주인이 나온다. 특히 상세하게 설명된 저자의 실패담은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나름 준비한다고 해서 고려한 입지선정이라던지, 수요예측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다. 그저 잘 될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보고 하고 싶은대로 판단한 결과는 소중한 종자돈을 날리고 심지어는 심각한 부채마저 남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망하기 전에는 눈에 뭐가 씌이는지 옆에서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하고 말려도 안된다. 나도 그렇게 망한 자영업자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부처님이 와도 못 말릴거다) 자영업의 고충을 이야기하는데 '권리금'이 빠질 수 없다. 권리금은 법적으로는 거의 보장되지 않는 실체없는 비용으로 특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이 있다. 하지만 자영업에 처음 뛰어든 은퇴자들의 경우, 영업권리금이나 바닥권리금에서 전문 권리금 장사꾼이나 부동산 업자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터무니 없는 권리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저자의 대책은 세 가지 정도 제시된다. (물론 자영업의 문제가 중층적이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뾰족한 방안은 솔직히 없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첫 번째는 자영업자의 분포와 폐업률 등에 대한 정보를 보다 세밀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자영업자에게 업종을 선택하고 입지를 선정하는데 있어 매우 핵심적인 정보다. 물론 이런 정보를 제공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모되겠지만 정부가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면 자영업자의 과도한 경쟁도 피할 수 있고 폐업 가능성도 줄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대책은 프랜차이즈 제도 정비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카페나 편의점 분야의 프랜차이즈 계약에서는 가맹점에 지나치게 많은 리스크를 부담시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계약서에 삽입하고 사인을 받아낸다. 게다가 마구잡이식 가맹점 개설로 같은 상권에 똑같은 가게를 몇 개고 낸다. 이런 상황에서 프랜차이즈업체는 자영업자가 생존을 돕는 동료라기보다는 빨때를 꽂은 기생수에 가깝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이 동시에 상생을 추구할 수 있게 프랜차이즈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세 번째 대책은 임대료 및 권리금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싶이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해 있는 지역의 상가 임대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물론 저자는 유동인구에 얼마나 많은 허수가 있는지, OO거리라 이름붙은 상권의 명과 암을 제대로 조명한다) 게다가 이런 지역의 권리금은 금방 찾을 수 있는 자산이나 영업에 투자되는 것이 아닌, 리스크가 큰 '비용'에 가깝다. 이런 관행을 법률로써 제한하지 않으면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돈벌어다 건물주나 은행에 가져다 바치는 노예로 전락하기 쉽다. 당연히 임대차 보호법의 개선과 임차인 보호 강화를 주문한다.

 

너무 안되는 이야기, 망한 이야기만 했던 것이 걸렸는지 뒤에는 나름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가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나름의 전문성과 철학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의 모델들도 새로운 사례로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단지 금전적으로 성공했다는 면이 아니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일이 아닌,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있어 하는 부분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업'으로서 전문화된 자영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돈 때문에 하루하루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은 자기 나름의 철학과 애정을 가지고 자영업을 영위하는 사람에 비해 실제로도 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돈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행복하면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성공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마지막 3장에서는 용산참사를 통해 대한민국 자영업자에 관한 저자의 철학이 드러난다. 저자는 무책임했던 구청 측의 행정과 무자비했던 용역들, 그들을 방관한 경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상이 아닌, '보장'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저자 자신조차도 그 상황이었다면 망루 위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용산참사를 통해 대한민국 자영업을 바라본 저자의 결론은 다음 말에 잘 요약되어 있다.

 

"용산참사, '어제'의 일이 아닌 우리에게 닥칠 ''내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용산참사 같은 재개발이 사회적 타살의 한 방법이었다면 자영업자의 경제적 곤궁과 채무부담으로 인한 이코노사이드(EconoCide: 경제 Economy 과 자살이라는 뜻의 Suicide 의 합성어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자살을 말함)도 또다른 사회적 타살로서 큰 문제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인 안병은 수원자살예방센터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을 자살을 결심할만큼 몰아붙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골목사장 분투기>는 짧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자세하게 풀어냈다. 이 책에는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는 800만명(우리나라 자영업자 숫자가 이만큼이나 된다)과 자영업에 뛰어들려는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은퇴할 연배의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인터넷을 활용할지는 모르나 이 리뷰를 발견한다면 <골목사장 분투기>를 한 번쯤은 사서 읽거나, 그조차 어렵다면 최소한 이 리뷰만이라도 읽어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소셜카페를 운영하는 저자의 철학에 걸맞고, 저자가 서문에서 던진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강도현 씨와 출판사의 넓은 아량을 부탁드린다)


 

저자는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을 '정글'이라고 표현한다. 뻔히 위험한 걸 알지만 밀리고 밀려 어쩔 수 없이 굴러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정글. 경제가 불황이고 주변에 망한 자영업자가 널렸지만 오늘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자주 눈에 띈다. 새로 오픈한 가게와 그 가게의 사장님의 운명과 미래가 어찌될 것인가를 예상해 맞추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다. 부디 새로 가게를 오픈한 가게와 사장님의 미래에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사회의 개개인은 서로 떨어져서 살아가는 듯 보여도, 결국 내 주위의 누군가가 쓰러지고 망해간다면 결국 나 역시 파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모두가 회사에서 짤리거나 가게가 망해서 수중에 돈이 없으면 어떤 자영업자가 살아남겠는가. 사회와 경제는 근본적으로 개인과 기업 등 각 주체들의 상호 간 순환을 통해 유지 가능하다) 이제 우리, 서로 건투를 빌어주며, 같이 살자.


P.S) 마지막으로 저자가 800만명 골목사장님께 전하는 '망하지 않기 위한 10계명을 소개한다.


1.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2. 처음부터 판을 크게 키우지 말라

3. 빚지지 말라

4. 아는 사람에게 더 잘하라

5.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6. 영업하라

7. 자신을 브랜드화하라

8. 혁신하기 위해서 문서화하라

9. 피드백을 듣자

10. 실행을 즉각적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서점으로.... 저자는 SNS로도 활발히 소통하는 듯 하니 트윗 아이디도 소개한다 ---> @cafevine, @soho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