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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에세이ㆍ시

[마술 라디오 - 정혜윤]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마술, 그것이 생生




마술 라디오

저자
정혜윤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4-05-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마술은 무엇인가요?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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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부족한 시대다. 또 감성이 메마른 시대다. 사람들은 희망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지금의 처한 현실제반의 요건과 호모이코노미쿠스의 냉철함이 중요시 되는 시대다. 인간은 신뢰의 대상이기 전에 경계의 대상이며 방심할 수 없는 존재이다. 희망을 말하는 것은 사치로 치부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느 도시와 다르게 회색빛이다.


우리는 수단과 목적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어.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고?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해? 그런 질문을 받기도 하고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해. 우리는 '~으로 ~을 하다'라는 문장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몰라.


-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280p.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는 이야기가 가득찬 보물 라디오다. 이 라디오에는 시장통 상인의 이야기가, 바닷가 어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흔해빠진 이야기일수도 있다. 하지만 흔하다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풀어내는 특별한 이야기에는 상상력과 감성, 희망과 사랑이 녹아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에게나 허락된 보물이 아니다. 이 보물은 오직 감성과 사랑의 심안心眼을 부릅뜬 이들에게만 허락된다.


내가 나 아닌 다른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꿈꿔봐도 좋을까? 아니면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세상을 볼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차라리 서로 다름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기를 꿈꿔야 하는 걸까?


-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127p


시인 김춘수가 그의 시 <꽃>에서 말했듯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싶어한다. 상대라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사이로 파고들어 그에게 진정 의미있는 존재로 남기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세상에 남기 위해서는 진득한 마음과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보물이라 하면 바로 값비싼 주얼리를 상상하는 상상력 빈곤의 시대에도 아름다움은 살아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자던 결혼생활에 찌든 기혼자던 가리지 않고 백발의 부부가 손을 꼬옥 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름다움의 의미를 단지 몇 억원으로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한 시간을 진득한 믿음으로 다져온 노년의 모습이 뿜어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아직 심안이 닫힌 화석인간은 아닐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말하지.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나도 너를 믿을게. 우리는 이 세상에서 뭔가를 믿으면서 나를 믿게 되겠지. 나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나만 믿고 살 수는 없었어. '너를 믿는다!' 이 말의 의미는 무시무시해.


-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205p



살고 있는 집의 평수를 고민하고 타는 차의 배기량을 높이는데 궁리하는 동안 우리의 내면은 궁핍해졌고 정작 중요한 가족과 친구는 외면 당했다. 결국 넓은 집에 살면서 고급 세단을 타지만 쓸쓸해지고 만 것이다. 전파가 되어 세상을 배회하고 있는 아름다움들은 <마술 라디오>를 통해 쓸쓸한 독자들에게 방송된다. 주변에서, 사람에게서 행복을 찾으라고.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조차도 자신의 결핍을 매우려고, 기껏해야 자존감이나 경쟁력을 높이려고 수단시하는 우를 범하곤 해. 그렇게 해서 고작해야 성공이나 이득이나 인정, 안정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엔 슬슬해지고 마는 거지.


-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281p


마술 같은 이야기들이 새어나오는 라디오. 혜윤 피디가 전달하는 이야기들은 오늘도 당신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위해 방송되고 있다. 수입과 지출로만 이뤄진 당신의 삶에 마술같은 기적을 선물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