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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저자 거리에 나가보십쇼, 개나 소나 다 왕 얘긴데.

장하나 의원(사진: 연합뉴스) 


김두식 교수가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했던 '김두식의 고백'을 엮어 <다른 길이 있다>는 책으로 나왔다. 인터뷰를 엮은 이 책을 읽고 있다보니 한 주간지에서 읽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인터뷰이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 한겨레21과 나눈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참 괜찮은 의원이라 생각했었다. (관련 인터뷰 기사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552.html) 장의원은 민주당이란 진흙탕에서 청년비례대표로 꽃피어 청년들의 고충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발로 뛰던 연꽃 같은 의원이었다. 그런 장의원을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제명 시키겠다고 난리다. 이유는 장의원이 "대선결과에 불복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랜다.


울먹이는 이정현 수석(사진: 연합뉴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장의원의 발언에 대해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이 나라 국회의원 맞느냐.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하고 재선거를 하자고 하는 발언이 과연 옳은 발언인가?"라며 울먹였다. (관련 기사 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13/12/09/0501000000AKR20131209171551001.HTML?template=2085)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버린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을 비롯해 총체적 불법선거의 정황은 지난 1년여에 걸쳐 이미 속속들이 증거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논쟁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자들조차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는 의혹을 품게 될 지경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영화 <왕의 남자>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 <왕의남자>의 한장면 캡쳐


의금부 관리: "왕을 능멸하고도 목숨을 부지할 줄 알았더냐?"


장생: "저자 거리에 나가보십쇼! 개나 소나 다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논게 뭐가 그리 대숩니까?"


의금부 관리: "무엄하다! 여봐라! 저놈들을 매우 쳐라!"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적으로 봐서 각하께서 몰랐다고 해도 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한 그 일당들은 모를 수가 없는) 부정한 방법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입에 담고 있는 이 상황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정현 수석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의 반응은 '개나 소나 입만 열면 대통령 얘긴데' 이것이 불쾌하고 불손하니 '무엄하다! 여봐라 장하나를 제명하라!'는 식은 아닌지.



버릇 고치기란 참 어렵다 (사진: 연합뉴스)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것이 매우 못마땅했던 한나라당은 결국 2004년 노무현의 총선 관련 발언을 문제삼아 '탄핵'하려고 했다. 2013년에는 종북혐의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제명'하려고 시도 중이다. 새누리당의 의회독재와 폭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에 있어 부정한 시도들과 국가기관의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을 참칭해 자신들의 모든 부정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또한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회의원마저 국회에서 제명하겠다는 실로 야만적인 시도까지 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나조차도 그 방식의 폭력성과 그 뒤에 숨은 파시즘적 태도는 극히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이정현 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및 동북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국민 행복을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증거이고 민의ㆍ민도가 높다는 얘기다. 이를 시비 거는 건 국민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이고 민주주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13/12/09/0501000000AKR20131209171551001.HTML?template=2085)


나는 그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장 의원은 소외당한 청년들과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층의 행복을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노회한 민주당 중진들이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청년비례대표 초선의원이 당당히 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아직 정의로운 이 나라 젊은이들이 살아있다는 얘기다. 이런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이고 민주주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없음)


아예 없는 소리를 지어내거나 음모론을 유포한 것도 아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질 만큼 밝혀진 부정이고 그런만큼 그 정통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사실을 입에 담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이고, 그에 따른 집회와 시위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전임 이명박 정부처럼 물대포를 쏴대고 심지어 국회의원마저 제명하겠다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태도는 그네들이 무척이나 입에 자주 올리는 '법치주의'가 아니라 "어허! 대통령 각하께 무엄하다!"가 아니고 무엇인가. 잘 들어라. 장의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유신정우회 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국민의 대표다. 당신들이 매우 쳐서 제명할 사람이 아니라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