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음사

[1984 -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자유는 예속으로부터만 가능한가? 점심시간에 강남이나 종로 일대처럼 회사가 많은 곳에 가보면 식사하러 나온 직장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거의 자랑스레 '사원증'을 걸고 밖에 나옵니다. 목걸이형은 물론 교복에 붙어있을 법한 네임택 모양까지 형태는 다양합니다. 다양한 형태와는 다르게 사원증을 걸고 밖에 나오는 이유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크고 이름난 회사일수록 그 착용 빈도가 높지요. 반대로 작고 이름없는 회사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착용 빈도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못해 절망적인 지금, 좋은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부심이자 안도감의 표시겠지요. 페북이나 카스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올리는 심리와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목걸이형 사원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방 안에 모셔둘 뿐이지요. 출퇴근 할 때만.. 더보기
[삼국지 - 나관중 지음, 이문열 평역] 당장 얄밉고 미운 그놈들 지난 인간사의 수많은 욕망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수록된 게 고전입니다. 문학과 역사, 철학,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요. 고전을 읽는 재미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무엇을 먼저 들을 것이냐는 선택을 요구합니다. 좋은 소식은 과거의 잘못된 판단이나 생각들을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나쁜 소식은 그렇게 고전을 공부해 더 나은 미래를 기약했던 사람들이 제대로 교훈을 실천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구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 이해가 안돼'라는 말, 한 번쯤은 해보셨지요? 아마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지금을 사는 우리의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고전의 가르침과 교훈도 사랑과 분노, 공포, 증오, 동정 등 인간의 감정 앞에서는 .. 더보기
[깊은 강 - 엔도 슈사쿠] 나의 신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시라 깊은 강저자엔도 슈사쿠 지음출판사민음사 | 2007-10-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일본 전후 문학계 대표적인 작가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 민... 얼마 전 미국에서는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약관을 갓 지난 딜런 로프(21)라는 이 청년이 한 흑인교회에 침입해 생일선물로 받은 총기를 흑인 교인들에게 난사한 것이지요. 범행은 철저히 계획적이었다는 점에서 놀라웠고, 더욱이 인종혐오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경악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피해 유가족들의 용서와 관용이었습니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이들이 오히려 가해자인 딜런 로프를 걱정하고 용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에 깃든 신의 모습을 살포시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독자님이시라면 신의 경지에 이른 이 사.. 더보기
[청춘 파산 - 김의경] 당신이 먹고 있는 그 햄버거, 누가 만들었을까요? 청춘 파산 저자 김의경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4-03-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파산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신예 작가의 출현!20대에 신용 불... 내 알바데뷰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했던 '켄터키 할아버지 치킨집' 알바였다. 안경을 쓴 할아버지가 인자한 얼굴로 치킨통을 들고 있는 모습. 산뜻한 유니폼을 입고 "어서오세요 XXX입니다~!!"를 외치고 있는 또래들의 모습. 거기에 혹 끌려서 알바를 하겠다고 걸어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인자해 보이는 영감탱이가 고작 일한 지 한 달도 안되는 10대에서부터 고작 스물 몇 살 먹은 어린 친구들을 부려서 무려 100년 전통의 치킨을 튀기고 있다는 사실을. 산뜻한 유니폼은 사실 조악하기 그지없는 옷이었으며 그 옷에는 각종 양념찌꺼기와 땀이 진하게 배.. 더보기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자유를 위해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은 안다 카탈로니아 찬가저자조지 오웰 지음출판사민음사 | 2001-05-1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스페인 내전에 평범한 민병대원으로 참전한 오웰이 프랑코의 파시즘... 얼마 전 타계한 고故 김종학 PD의 부음을 듣고 그의 대표작이었던 SBS 를 떠올렸다. 직장인들의 귀가시간을 앞당기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이 작품은 내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여러 명장면들과 명대사들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나... 떨고 있니?"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내게는 학생운동을 하다 수배돼서 바닷가 마을로 피신했던 윤혜린(고현정 분)이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김영옥 분)의 대사가 오래도록 남아있다. 피신을 위해 대학생이 아니라고 둘러댔던 윤혜린이 신문에 관심을 보이자 마을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니 아직도 신문이나 뉴스 같은 걸 믿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