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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외국문학

[비정근非情勤 - 히가시노 게이고] 휴가에는 가벼운 추리물을 읽으리

 

 


비정근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살림 | 2013-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래서 요즘 세상이 미쳤다고 하는 거야!” 비정규직 교사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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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시즌이다. 이 때쯤이면 "휴가 언제가?", "휴가 어디로 가?" 같은 질문을 많이 하고 또 많이 받는다. 대략적으로 어디 먼 곳의 바닷가나 계곡으로 피서를 가서 맛난 것을 먹고 미역도 감으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사람이 많다. 물론 여기에 밤의 피서지에서 들이키는 한 잔의 술 역시 빠질 수 없다. 우리는 보통 그렇게 휴가를 보낸다. 다만 여기에 고려되지 않은 몇 가지 악재들은 밀리는 도로, 붐비는 피서지 시설과 숙박시설, 터무니 없는 바가지 요금, 본전을 뽑기 위해 휴식이상으로 열심히 놀다보니 쌓이는 피로 같은 것들이다. 휴식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반면에 방콕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피서지의 번잡함을 싫어한다던지, 휴가를 떠날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던지 이유는 다양하다. 그 방법도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시원한 카페에서 독서를 하겠다는 둥 각양각색이다. 근래 들었던 휴가 계획에 대한 질문의 답변 중에 걸작은 "야, 나도 CEO처럼 독서 좀 해보려고"였다. 아마 아무개 경제연구소가 서점에 추천한 '휴가에 CEO가 읽는 책' 리스트 같은 걸 봤나보다. 먹고 살려면 OECD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아니 그 중에 최장의 노동시간을 소화해야 하는 한국인들에게 휴가는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여유시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에게 <용의자X의 헌신>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비정근非情勤>은 그런 분들에게 권할만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진 <용의자X의 헌신>이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원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한국의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비정근>은 그의 초기 단편들을 모아 펴낸 단편집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알 것이겠지만 그의 작품은 매우 치밀하고 꼼꼼한 내용 전개가 일품이다. <비정근>은 초기작들이지만 후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점쳐볼 만하다. 특히 280여쪽에 불과한 분량과 짧게 짧게 진행되는 각 에피소드들이 독자의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다.

 

주인공은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추리작가를 꿈꾸는 인물이다. 원래 교사들이 병이나 사망, 출산 등으로 휴직했을 경우,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사는 인물이기에 끊임없이 각 학교를 떠돌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 소년탐정 김전일도 아닌데 겨우 2~3개월 머무르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꼭 사건이 터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단서들을 활용해 범인을 추리해낸다.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날뛰며 떠드는 것을 보면서 '원숭이들이 날뛰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학생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인물은 아니나, 왕따문제나 학생도박사건 등을 해결하면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에서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에피소드들이 짧고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내용을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만화책을 읽듯이 술술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휴가기간이 짧으나 책을 한 권 읽고 싶다면, 특히 긴 분량이 부담돼 선뜻 책을 집어들지 못했던 독자라면 더욱 안성맞춤이겠다. (심지어 가격도 착하다) 혹여 아는가. 이 작품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돼서 두꺼운 그의 다른 작품을 집어들지? 책 읽는 습관은 본래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에서 들기 시작해서 그 외연을 넓혀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