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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홍석천을 먼저 돌로 치라"


(사진: SBS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쳐)


어제 홍석천 씨가 출연한 힐링캠프를 봤다. 개인적으로는 <힐링캠프>에 출연한 홍석천 씨나 <두드림>에 출연한 김조광수 감독의 용기는 높이 산다. 아직도 동성애자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호모포비아들이 절대다수인 한국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게이들에게도 대표성 없는 너희들이 왜 나서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수니 그야말로 이래나 저래나 욕먹는 골고다의 언덕에 십자가를 메고 올라간 것과 같다.


성서에서 유대인들이 문둥병에 걸린 환자들을 하나님으로부터 (죄를 지어) 벌받은 자들이라며 차별하고 멸시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홍석천이나 김조광수의 성정체성을 비정상이라 낙인찍거나 혹은 정신병이라 의심하는 우리의 모습과 참으로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홍석천 씨나 김조광수 감독 같은 성소수자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종교인들과 신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을 되새기곤 한다.



예수께서 감람 산으로 가시니라

 

아침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오시니 백성이 다 나아오는지라 앉으사 그들을 가르치시더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말하되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발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함이러라 예수께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이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이르시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

 

- 요한복음 8:1~9


이 구절을 조용히 묵상해 본다. 예수께서 창녀에게 돌 던지는 자들에게 "당신들 중 죄없는 사람만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신 건 '너나 잘 하세요'란 의미가 아니다. 당시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거다. (지금도 그렇지만 창녀를 사람 취급 하나? 당시에야 말할 것이 없을 거다) 그 질문에 답하고 남아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수께서는 부당한 차별을 받는 창녀와 세리, 환자들과 기꺼이 친구가 되심으로서 당신의 가르침을 증명하셨다.


원래부터 정상과 비정상이란 건 없다. 오늘날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당연한 권리가 인정된 것이 언제부터였는가? 그 이전까지 여성의 정치참여는 비정상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관습과 문화가 이를 인정하기까지 참으로 오랜세월과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정확한 이유도 없으면서 그저 "그래왔어"라는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해당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 돌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우린 누구에게 돌을 던지고 사는가. 성소수자(이들도 하나님의 아들이자 딸들인데)는 하나님의 종이자 자녀들이 던진 돌에 오늘도 맞아죽어가고 있다. 동성애합법화 얘기하면 누가 먼저 길거리로 뛰쳐나오나 한 번 보면 누가 돌을 던지는지는 분명해진다. 내가 이러니 사탄 소리나 듣고 교회를 안간다. 하긴 그런 거룩이라면 땅에 파묻고 아니 나감만 못할 터이다. 신도 독생자를 보내서 구원하고 싶어하실만큼 긍휼히 여긴 인간을 왜 같은 인간끼리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성찰없는 혐오에 가득찬 이들에게 예수의 말을 빌어 한 마디 하고 싶다.


"당신들 중에 죄 없는 자가 홍석천을 먼저 돌을 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