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습니다. 추위와 눈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뉘에게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고구마를 쪄 김치와 먹으면서 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 밖에서 몸뚱이 하나로 밥을 벌어먹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에겐 쌀쌀맞기 그지없는 시어머니와 다름이 없기도 하지요.
네온사인의 번뜩이는 색기가 지나는 취객을 유혹하는 밤거리에서 묵묵히 쓰레기 더미를 나르는 당신에게도 추위와 폭설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잠시 앉아 쉬는 그 순간의 바닥조차 뼈까지 스며드는 냉기를 거두어 들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추위와 폭설 뿐이겠습니까. 지켜보고도 따뜻한 물 한 잔 권하지 못했던 저의 주변머리도 당신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을 겁니다.
모두가 욕망에 취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밤거리에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남들이 냄새난다며 멀리하는 쓰레기를나르며 청소를 한 당신이 보기에 봉투에 담긴 쓰레기 말고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쓰레기는 보이지 않으시던지요? 어느 쓰레기에서 더 악취가 났는지 묻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당신 뒤에 있을 보이지 않는 가족을 위해 정직한 노동을 하는 당신 덕분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깨끗한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어떤 쓰레기는 치워지지 않고 신문지면과 TV화면을 장식합니다. 공금횡령에 위장전입에 당신이라면 엄두도 못낼 탈세와 불법을 저지르고도 '결정적 하자가 없다'는 쓰레기는 보기만 해도 악취가 진동합니다.
오늘 밤 근무가 끝나고 나시면 아침에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하시겠지요. 그 고된 노동의 밤을 달래주는 낙이 별 다른 것이 있겠습니까. 당신의 정직한 노동이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는 이들에게 깨끗한 거리를 제공했듯이, 여기 사는 사람들의 깨끗한 마음이 욕망의 쓰레기를 스스로 치웠으면 합니다. 이 밤의 도시에서 '결정적 하자'를 결정적 하자라 부를 수 있으려면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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