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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부동산정부>에 대한 시대유감

 

대치동 타워팰리스 옆 우성아파트 주변을 탐문하고 다닐 때였다. 문득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데 왜 다들 집을 못 구해 고생일까?"는 의문이 들어 사라지지 않았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하나같이 부동산.건설 경기가 살아나야 한국경제가 굴러간다는 애국심 가득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래서 집값 올리고, 땅값 상승하면 누가 기뻐할까. 누가 제일 이득을 볼까. 그 떡고물 좀 주워먹겠다고 애국주의 경제관 피력하는 당신 처지는 알고 있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부자 근처에서 얼쩡대며 낙수 받아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인데 마치 자신이 부자처럼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대변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햇빛도 안 들어오는 경기도 인근 반지하방 살면서도 강남가서 무슨 일이라도 하면 "강남사람들은 말이지..."하는 사람, 여럿 봤다.

윤달이 지나고 청첩창 폭탄을 맞았다. 수년 전부터 이어지는 현상이긴 한데 많이 가다보니 일정한 패턴이 발견됐다. 식장이 어디냐에 따라서 신혼이 시작되는 공간이 달라지더라는 사실이다. 중소웨딩홀, 교회나 성당, 회사강당 등에서 결혼식을 올린 친구들의 신혼집 자가소유는 거의 없었다. 반면, 호텔급 이상에서 결혼식을 올린 친구들의 신혼집은 거의 자가소유였다. 그 위치도 서울시내와 서울외각권, 경기도권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오피스텔에서 신혼집을 차린 부부와 32평 아파트 전세에서 시작한 부부의 차이가 얼만큼 좁혀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취재 때문에 수십~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연예인 소유 빌딩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떼서 확인하는 작업을 해본 일이 있다. 빚 좋은 개살구였다. 근저당이 살벌하게 잡혀 있어서 '이걸 소유라고 할 수 있나...? 은행 소유 아닌가'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례로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이태원 제일기획 근처다)에 위치한 장동건의 빌딩을 들 수 있다. 지하부터 지상 3층까진가 폭스바겐이 입주해 있고 그 위층도 기술벤쳐투자 회사가 입주해 있어서 공실도 없었다. 100억원이 넘는다는 시세에 대해 인근 부동산 주인 영감님이 해준 말씀이 인상깊다. 

"그거 돈이 안돼. 월세는 한 4천쯤 받을라나? 근데 빚이 많아서 밑지지나 않는지 몰라"

정상적이지 않은 부동산 가격은 수입좋은 연예인도 감당하기 어렵다. 하물며 장삼이사야 어떠하랴. 트윗에는 "커피 전문점이 잘 됩니다. 커피 전문점 건물주가 흐뭇한 미소로 쳐다봅니다"는 말이 블랙개그로 돌아다니고 있다. 장래희망이 '잘 나가는 빌딩 건물주'라는 우스개 소리도 태어난지 꽤나 됐다. 시민들이 땀흘려 벌어들인 부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버리는 사회에서는 빈주먹의 한숨만이 곳곳에서 들려올 뿐이다. 그런데 우리 집? 임대주택이라도....가 더 현실적인 요구일거다.

정권 들어서자마자 종부세 폐지하고 각종 투기개발사업으로 부동산 뽐뿌질을 쉬지 않았던 이 양반들이 결국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데 뜻을 모았다는 소식에 열통이 나서 좀 적다보니 장문이 돼버렸다.

P.S) 한 건설 시행사에 근무했던 분이 참여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 욕을 겁나게 했다. 부동산 정책이 엉망이라며 꼴통 어쩌고 무지 욕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이 분, 그 일 떠나시고는 입장이 바뀌었더라. 그래도 그렇게 한 게 나라를 위해서 좋았다며. 이제는 좀 보인다고. 그러고는 어디가서는 자기 진보라고 하고 다니더라. 뭐, 인간이라는 게, 사는 게 대략 이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