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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교육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 EBS다큐프라임 제작팀] 결국은 '어떻게 살 것인가?'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국내도서
저자 : EBS 제작팀
출판 : 해냄출판사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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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은 엄청난 이용자수를 보유한 대한민국 대표 메신저입니다. 거대한 이용자수를 이용해 최근에는 인터넷뱅크 시범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더군요. 카카오의 플랫폼을 이용한 비즈니스는 쇼핑에서 결제대행까지 다양합니다. 게임도 그 중 하나인데 '프렌즈팝'이라는 게임이 유명하지요. 카카오톡의 기본 이모티콘을 구성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등장시킨 게임이더군요.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서 좀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게임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해보지 않았지만 하는 것은 옆에서 지켜보니 스테이지 클리어는 100점을 맞아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더군요. 금메달로 클리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메달만 따도 충분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사는 모양새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개인들도 출생에서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 청년, 장년, 중년, 노년으로 각 나이대별 단계를 거치며 최종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각 나이대별로 대체로 해내야 할 과업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남과는 다른 인생과정을 설계하고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그렇지 않으면 어지간한 사람은 학교입학과 대학입시,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과 양육 같이 조금은 진부한 과정을 밟게 됩니다. 각 단계별로 주어진 과업을 클리어하면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렌즈팝'이라는 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인생의 각 단계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있는가하면 동메달을 따거나 혹은 아예 입상을 못한 채로 넘어가기도 하지요. 이 정도면 왜 프렌즈팝과 인생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돌이켜 봅니다. 도대체 어떤 단계들을 거치며 살아왔는가 말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큰 생각없이 지냈던 것 같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여럿 하며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은 많지만 무엇인가를 크게 고민하고 깊이 생각하는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강고한 교육체계의 순응하며 그저 시키는대로, 혼나지 않을 행동하며 지내는 평범하고 수동적인 인간이었던 것이지요. 메달로 따지면 동메달도 아깝지요. 하지만 대학의 입학과 함께 주어진 자유는 문화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수강신청을 하여 수업을 듣고,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토론식 강의는 내면에 잠자고 있던 자율성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연습이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어떤 메달을 따고 대학과정을 마쳤는지 궁금합니다. 훗날이 되어야 평가가 가능하겠지요.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를 소개해 드리기 위해 서두가 좀 길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단순히 입시에 관한 이야기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책,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히 입시준비생이나 대학생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기도 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 평생학습에 대한 필요성을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대학시절을 동메달이나 은메달로 클리어한 일반인이라면 더욱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우리가 대학이라는 곳에 대하여, 교육과 학습, 그리고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을 얼마나 편협하고 경직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동영상을 한 번 보시지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벌어진 장면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콕 찝어서 한국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줍니다. 하지만 어떤 한국기자도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회견장 안에는 어색한 기운이 돌고 오바마 대통령은 가벼운 유머로 이를 넘기려 하지만 결국 한국기자들은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중국 CCTV의 기자가 이 때를 치고 들어와 질문을 하려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기자에게 질문권을 주었다고 말하지만 CCTV기자는 쉽게 물러서지 않고 질문을 하려 듭니다. 이 민망하고 부끄러운 영상을 보면서 느끼시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기자들은 왜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요. 영어가 안돼서? 초강대국 대통령 앞에서 주눅이 들어서? 질문할 거리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부를 상대로 취재활동을 벌일 때도 질문을 하지 않거나, 질문시간을 아예 주지 않는 브리핑에 (질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기자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일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진실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잘 들어야 할 기자조차도 말이죠. 그것은 '왜?'라는 질문을 품지 않고 정답을 찾는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인재라고 인정받아 언론인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초라한 모습은 독자에게 전해지는 가장 확실한 반증이지요.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총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는 지금 현재의 대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을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인 대학생에 대한 해부를 시도한 것입니다. 무한경쟁을 넘어 극한경쟁으로 내몰린 대학생들의 공부와 사랑, 학점, 취업 등 그들의 생활에 대한 접근을 시작합니다. 한국의 대학은 토론식 강의를 하지 않습니다. 대단위 강좌에는 한 번에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빼곡히 모여서 교수 한 사람의 말에 집중하고 그의 필기사항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적막하기 이를데 없지요. 혹여나 질문을 하면 너무 튀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부터 '왜?'라는 질문은 사라지고 그저 일방적인 암기와 주입이 이뤄집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의 교실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학점경쟁을 위해서 다른 이견을 생각해보거나 비판적인 수용 같은 것은 낭비이며 손해입니다. 취업을 위한 학점관리이기에 결국 대학만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2부에서는 실제로 대학생 멘티를 모집해서 실제로 어떤 인재가 좋은 인재인가를 알아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인재의 탄생'이라는 제목처럼 5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전문가 멘토들이 멘토링하며 그 변화과정을 따라가는 흥미로운 과정이지요. 서울 법대에 입학했으나 사시도전에 실패하고 방황하는 학생, 고스펙의 화려한 이력을 가졌지만 이기심으로 가득찬 학생 등 각 학생이 가진 캐릭터가 분명한 대학생들이었지요. 이들은 각자 가진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멘토링 받습니다. 단점을 극복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을 통해 우리가 쉽게 '학력 좋은 사람' 혹은 '스펙 좋은 사람'과 등가로 치는 '인재'의 의미가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 뒤틀린 인재관 때문에 대학생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다섯 명의 멘티들과 블라인드 면접과 개별 면담을 한 조벽 교수는 멘티들에게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멘티들 모두 크게 성장하고 인재로 살아갈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 둘째는 그들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능 많고 실력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힘들어하고 절망하는 이유를 조벽 교수는 자기의 중심이 바깥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심이 바깥에 있다는 것은 성공과 행복의 잣대가 외부의 인정에 의해 정해진다는 의미다.


자신의 성공과 행복이 외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스스로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결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 순간적인 행복이나 성공은 얻을 수 있을 수 있어도 오래 가지 않는다. 명문대에 들어가도 대기업에 들어가도 외부의 요인에 의해 흔들려 뿌리 없는 나무처럼 혼란스러워 한다. 


- EBS다큐프라임 제작팀,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해냄, 2015, 223~224pp.


'XX님이 보기 좋으시더라'는 식의 학벌과 스펙 등에 집착하는 이유는 역시 내면의 성찰과 고민의 부족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통찰과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하다보니 그저 방패막이가 될 것 같은 것은 우선 챙기고 보는 심리랄까요? 어디에 쓸지도 모르는데 일단 토익점수를 만들어 놓는다던지, 무슨 전공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대학간판이 좋으니 그 대학을 간다던지 이런 사례는 주위에서 실증적으로 많이 보시지 않으셨는지요. 


하지만 위에서 멘토링을 진행한 조벽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 청년들은 이미 인재로서의 충분한 자질과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씨앗은 씨앗일 뿐입니다.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습도와 광, 온도 같은 외부환경이 무척 중요합니다. 또한 갓 발아한 유아 상태에서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우리의 환경은 대량생산방식에 익숙합니다. 호광성 종자(주: 적당한 광이 있어야 발아하는 종자)인 상추나 담배를 혐광성 종자(주: 호광성 종자의 반대. 빛이 없어야 발아하는 종자)인 가지나 호박 같은 녀석들과 똑같이 취급하지요. 빛을 쬐어주고는 혐광성 종자인 가지나 호박에게 "상추나 담배는 발아하는데 왜 너희는 안 그러냐?"고 다그치는 꼴이지요. 


인재의 모습과 형태는 정형화된 것이 아닙니다. 고유의 색채를 가지고 장점을 살린다면 누구나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인재가 어느 한 곳에서 거절당했다고 하여 인재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성벽을 쌓을 때도 그 자리에 적합한 모양의 돌이 있듯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쓰일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고, 거절된 곳은 나의 모양과 맞지 않는 자리일 뿐입니다. 진정한 인재는 스스로의 모습을 잘 인지하고 있어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한 편으로는 자신의 외부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진화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벽돌 찍듯이 그 모양과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인재란 높은 수준의 직무수행능력을 갖추고, 사회적인 책임을 실천하면서 일과 개인생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높은 수준의 업무력'에만 치중해 교육을 한 결과 나머지 두 요소가 불균형을 이룬 이들이 지도자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성애 감정코칭전문가(심리학 박사)


인재는 다음 세 가지 요소들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나와 주변에 관심과 애정이 많고, 긍정적인 관점과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자기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자신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미진 인사전문가(H회사 인재개발원 상무)


요즘에는 창의적 인재를 가장 선호하지요. 즉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사업화해서 가치를 끌어내고 사회에 가치를 주는 사람을 인재라고 인정합니다.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남들처럼 똑같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취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먼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스펙을 쌓고 실현가능성 있는 액션 플랜을 세워서 실천하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길일 것입니다.

유순신 인재 스카우트 전문가(Y회사 대표)


- EBS다큐프라임 제작팀,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해냄, 2015, 356~357pp.


어떻습니까? 무슨 자격증을 따고 어학연수를 다녀왔으며 봉사활동을 얼마나 했느냐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좋아하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경력과 자격을 쌓아왔는가를 스토리로 묶어내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 사람의 경향과 인생경로를 보았을 때 진짜로 우리 업무와 유관하며 쓸만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려면 한 두달 매달려 딴 어학점수나 자격증으로 포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지금이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말이죠. 그 남에는 마음이 아프게도 부모 역시 포함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평생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한 채 위선의 행복을 얻을 뿐입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대안이나 참고사항이 나와주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해외의 대학은 어떻게 앞서가고 있는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인상깊었던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아는 것이 아니다'는 철학에 따라 이뤄지는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 학습법이었습니다. 즉, 상대와 질문하고 대답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지요. 


예시바 대학의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도서관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흰셔츠 복장을 한 남학생들이 책을 펴놓고 큰 소리로 떠든다. 책상 위에는 참고 서적 몇 권과 음료수뿐이다. 서로 마주하고 앉은 두 사람은 언뜻 보면 상대에게 화가 나서 따지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이 시끄러운 학습법을 '하브루타'라고 부른다. 하브루타는 '말하는 공부법'이다. 원래 '친구'라는 뜻으로, 친구(파트너)와 함께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교육 방식을 뜻한다. 하브루타는 2000년 전부터 유대인 전통으로 내려오는 오래된 교육 방식이다. '얌전한 사람은 배우지 못한다'라는 <탈무드>의 글이 말해 주듯이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유래된 공부법이다.


- EBS다큐프라임 제작팀,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해냄, 2015, 431~432pp.


우리로서는 생소하지요. 도서관에서 떠들다니요. 특히나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면 싸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우리네 정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배출한 유대인의 교육법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진정으로 아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지요. 하브루타 학습법이 한국인에게도 실제로 효과가 클까요? 그래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지요.



실제로 한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지 않는 공부방과 말하는 공부방의 성적차이는 뚜렷했으며, 오히려 각 방 학생들의 기대점수가 정반대였던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부에 대한 관념이 얼마나 편협하고 경직됐었는가에 대한 반증입니다. 내가 해보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소위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의 자기 안위 밖에 제공할 것이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훌륭한 학교로 보이는 미국 세인트 존스 대학에 대한 소개를 마지막으로 드리려 합니다. 세인트 존스 대학은 전공이 없습니다. 그냥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학교가 정한 인문학 100권의 책 혹은 논문을 읽고 토론하고 평가받는 교양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는 100권의 책 혹은 논문 리스트가 적혀 있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부터 칸트, 헤겔의 철학서, 마르크스, 애덤스미스의 경제학 고전, 뉴턴, 다윈과 같은 과학의 고전, 도스토엡스키와 톨스토이, 마크트웨인 같은 문학의 거장들의 작품까지 정말이지 다양하고 좋은 책들이 총망라 되어 있습니다. 


'아니 취업하는데 있어서 토익점수 올리는데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게 낫지 그깟 책 읽어봐야 뭐하냐?'는 (자칭)현실주의자의 반론이 있을까 싶어 먼저 말씀드리자면 세인트 존스 대학 졸업생들은 혼다나 뉴욕타임즈 같은 세계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다수 배출했고, 세계적인 기업들도 매우 선호하는 인재들입니다.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려는 궁상보다는 좀 더 넓고 멀리 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입니다.


독서와 토론, 그에 따른 글쓰기로 단련된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소통능력은 실제 현업에서도 무척 유용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서만큼의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능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없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의 목적은 생각하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저자의 생각과 주장이 실린 글이다. 이를 테면 고전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길게는 몇백 년 전 저자가 살아온 시대의 생각과 주장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세태 등을 알게 된다. 전체의 흐름이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래서 책 읽기를 두고 맥락을 이해하고 지식들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책 읽기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쌓으면 저절로 질문이 쌓인다. 이를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질문을 통해 기존의 선입견이나 편견 등의 사고의 틀이 깨지고 생각의 폭은 깊어진다.


- EBS다큐프라임 제작팀,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해냄, 2015, 411p.


독서를 통한 지적능력 향상과 인성의 함양이 인재의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실제로 어느 기업이던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중시 하는 이유는 바로 지원자가 갖추고 있는 지적능력과 인성의 수준을 실제로 검증하겠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서류로 대충 꾸미고 나서 우연히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하더라도 결국 필터링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브루타 학습법의 철학을 반대로 적용해 보면 잘 모르기 때문에 말로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거나, 실제로도 지적능력의 수준과 사고의 깊이가 업무를 맡거나 조직에서 유기적으로 활동해 내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을 레벨이었던 것이죠. 결국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고전이나 현대소설, 잡지 등를 읽고 씹고 소화하여 자기화 시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성공은 난망하다는 결론이 납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읽어본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많은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특히, '평생학습의 필요성'이 큽니다. 우리는 정규교육과정이 끝나면 배움이 끝난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지식정보화시대의 도래와 평생직장개념의 붕괴로 인해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이를 재가공하여 습득한 자신의 실력이 생존의 필수요소가 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호구지책에 바쁜 일반인들에겐 조금 버거운 일입니다. 비용과 시간의 문제도 적지 않지요.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입니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최신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1년에 1인당 한 권의 책도 보지 않는다는 우리 국민들에게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구요.


교육의 문제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교육을 통해 사람은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밑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 누구도 어느 회사를 갈 것이냐를 묻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으냐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자신 내부에 이미 있습니다. 이것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과정이 진정한 교육입니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려 하거나,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대학을 졸업했어도 방황하고 있는 독자시라면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와 함께 다시 한 번 자신을 향한 탐구에 도전해 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시보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시청각 자료로 보셔도 좋습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