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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교육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이혜정] 대학공부는 다를 줄 알았다고?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저자
이혜정 지음
출판사
다산에듀 | 2014-10-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한국의 교육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도발적인 연구 프로젝트!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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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쉬운 난이도로 인해 학생들의 진학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정보를 구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사설업체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간판이 좋은 대학, 취업률이 좀 더 나은 학부나 학과에 진학하려는 이런 노력들은 마치 10달을 채우고 엄마 배 밖으로 나오려는 아기의 본능같다. 맹목적인 이런 노력들은 각각 사회적인 생존 혹은 생물학적인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란 점에서 매우 닮았다.


12년간의 지난한 공교육과 그에 따른 비용과 희생을 감수하고 마침내 치열한 입학경쟁을 통과해 들어간 대학. 대학은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대학교육을 받은 학생은 어떤 인재로 키워지고 있을까. 진학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정작 중요한 내용, 바로 대학에서 무슨 교육을 받고 어떤 인재로 커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다면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라는 서울대의 교육현실과 재학생들의 설문조사를 결과로 냉정하게 한국의 대학교육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에 존재하는 대학이라는 곳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수업풍경. 그것은 강단에 선 교수가 교재를 줄줄줄 읽고 간혹 칠판에 뭔가를 메모하면 학생들은 내용을 경청하다 교수가 남긴 메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필기에 열을 올린다, 시험은 교수가 말했던 내용을 반복해서 암기해내는 객관식 혹은 단답형 문제를 많이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성적은 그에 따라 평가된다, 같은 진부한 모습이다.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관찰결과이다. 이를 통해 학생의 비판적, 창조적 사고력은 철저히 배제된다. 오로지 수용적 사고력, 즉 암기와 복원이라는 수동적 능력만 길러지고 이를 잘 해내는 사람이 우수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교수가 원하는 바를 찾는 것이 고학점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서울대 최우등생들. 교수의 생각과 다른 자신의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는 이들. 설령 자신의 생각이 있다 해도 교수와 다르면 망설임 없이 포기하는 이들.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최고 인재들을 양성하는 서울대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가?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 87p.


저자는 미국 미시간 대학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와 미시간 대학의 교수 방법과 학생들의 설문결과를 비교한다. 연구결과를 통해 미시간 대학이 훨씬 인터렉티브한 교수법을 사용하고 있고, 학생들 역시 수용적인 학습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의 의견을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를 떠나 학생이 스스로 능동적인 학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이제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하자고 떠드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스티브 잡스같은 인재를 양성하자'는 구호에 그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는 교육으로 스티브 잡스의 소질을 갖춘 인재를 열등생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대학교육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학생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교수를 탓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대학이나 국가 혹은 사회분위기를 원망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은 교수자, 즉 가르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교수의 변화가 학생의 변화를 부른다는 것. 모든 교수들이 새겨야 할 사실이다.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 417p.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만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대학들이 내세우는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거창한 목표때문에 교수들은 스스로의 연구와 논문발표, 대학원생 지도만으로도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학부교과 강의라는 임무까지 더해지면 중과부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대학에서 학부생들은 버려졌잖아요."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강의법 개선을 위한 교수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 쉬는 시간에 창밖을 향한 채 커피를 홀짝이던 자연과학대 K교수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점점 더 정년 심사가 어려워져서 우리는 살인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언제 학부생을 가르치는데 신경을 쓸 수 있겠어요? 학부생 잘 가르친답시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봤자 업적으로 전혀 인정 안 되잖아요. 시간 낭비죠. 대학원생들이야 어차피 논문 같이 쓰는 애들이니까 그래도 좀 낫지만 학부생들까지 챙기라는 건, 글쎄요...."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 216p.


이미 이런 문제들을 겪었고 해결해 나간 외국 대학들의 사례는 어떨까. 학생의 입학에서부터 졸업 이후까지 관리하는 홍콩중문대, 연구중심교수와 강의중심교수를 따로 두고 동등하게 대우해 교육의 질을 높인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싱가포르국립대, 강의 닥터를 두고 지속적으로 강의를 개선해 나가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이 부분이 궁금한 독자라면 직접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직접 읽어보시면 되겠다.


대학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말하고 생각하고 의문이 있으면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오롯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질문을 억압하고 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 교실 분위기는 학생의 성장과 교육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다. 어린 학생들의 창조성과 비판적 사고력은 그렇게 말라간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에서 살다온 적이 있는데 그때 문화충격이 굉장히 컸어요. 애들이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나 이거 잘했어, 어떤 거 시험 몇 점 받았어 이런 것들에 대해 자랑하는 게 굉장히 당연한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한국 학교에 돌아왔을 때 제가 부딪쳤던 문제는 튀지 말아야 된다는 거였죠. 한국에서는 나대지 말라고 해요." - 인문대 김동주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 420p.


우리의 대학교육, 더 나아가 교육 전체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시기가 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면서도 아직도 수직적 서열세우기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의 배움에 진정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전체의 인식과 사회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학이 거대한 취직학원처럼 변질되어가는 지금, 대학교육과 우리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는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에필로그 일부를 옮기며 마무리한다.


인류의 역사는 제한시간 내에 정해진 100미터를 가장 빨리 뛰는 사람보다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어디로, 얼만큼, 어떻게 뛸지를 찾아내는 사람에 의해 발달해 왔다. 


....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은 정해진 100미터를 가장 정확하게 빨리 뛰는 사람을 길러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반만년 역사상 처음 찾아온, 세계 속에서 발돋움 할 수 있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주어진 거리를 빨리 뛰는 사람보다는 주어지지 않은 길을 찾아서 그곳에서 뛸지, 걸을지, 차를 탈지, 혹은 다른 무엇을 할지 찾아내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하지 않을까?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 46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