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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인문

[지식e 7권] -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知識


지식 e Season 7

저자
EBS 지식채널 e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12-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당신이 두 팔로 세상을 걸어가든당신이 두 발로 세상을 걸어가든당...
가격비교

한 이틀 정도 걸려서 다 읽었습니다. 읽고난 소감을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명불허전'입니다. 이전에 출간된 지식e 시리즈에 견주어 컨텐츠가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붉은 빛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지식e 5권인가 6권이 제일 별로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TV에서 5분짜리 영상에 뭔가 조금 아쉽다고 느끼셨다면 책을 권해드립니다. 더 깊이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풍성하고 (당연한가?) 내용과 관련된 도서가 말미에 추천되어 있어 독서리스트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7권의 프롤로그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기고했습니다.

이번 7권은 3개의 테마로 총 30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직선(直線)'이란 테마는 부제가 justice 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1. 1.3cm의 권력

2. 바보 같은 남자

3. 환상적인 실험

4. 공병우 타자기

5. 만만한 방송국

6. 놀라울 정도로 순진한 화가

7. 빼앗긴 책

8. 왕가리 마타이

9. 벌레의 시간

10. 쌀 한 톨의 무게

2'사선(斜線)'이란 테마는 부제가 issue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1. 어떤 설문조사

2. 위험한 거래

3. 루퍼트 머독

4. 사람들이 왔다

5.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6. 1.2%

7. 세계 1

8. 끊어진 고리

9. 거룩한 기도

10. 내 머리 속의 거울

3'곡선(曲線)'이란 테마는 부제가 solidarity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1. 훈맹정음

2. 어떤 성직자들

3. 나는 배우가 아니다

4. 공부 못하는 나라

5. 최고의 개혁

6. 당신의 물발자국

7. 누렁이를 위하여

8. 행복한 불편

9. 눈물의 룰라

10. 평화의 오아시스

출판사 서평은 각 테마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1직선으로 가다에서는 사회 정의를 이야기합니다. 간송 전형필의 삶을 통해 문화유산을 지켜낸 그 올곧은 정신을, 왕가리 마타이를 통해 환경운동과 삶의 문제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사선으로 가다는 본격적으로 사회 이슈를 다룹니다. 루퍼트 머독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통해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를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3곡선으로 가다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회이슈를 현명하게 합의해낸 성공사례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부 못하는 나라>에서 보여준 독일의 예를 통해 우리 교육의 해결점을, <행복한 불편>에 다루는 원자력의존도 0%를 위해 노력하는 독일의 예를 통해 원자력에너지 의존도의 문제를 살펴봅니다. 또한 평화의 오아시스를 통해 강정마을 사태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만만한 방송국을 통해 팟 캐스트를,세계 1를 통해 대학등록금을,끊어진 고리를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를,위험한 거래를 통해 제주도영리병원을,최고의 개혁을 통해 소득세 인하를 이야기합니다. 이 모두가 현재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지식채널e>가 제기하는 우리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쯤에서 마치려 합니다. 도서 선택과 구매를 위한 가이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서점에 가셔서 살펴보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무분별한 스포일러는 예비독자님들께 큰 실례가 될 뿐이지 않겠습니까.

먼저 일독해 본 사람으로서 몇 마디 감상은 적어보려 합니다.

책장을 덮자 어릴 적 손자병법에 관한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병법을 배우던 제자가 스승에게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여쭈자 스승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을 갖추어 이를 기본으로 기()를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란 적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을 뜻합니다. 좀 더 풀이하자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전쟁을 예로 들자면 기본적인 군의 편제가 이루어지고 보급선과 진지가 구축되어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조건을 갖추고 정공법으로 전투를 벌이면 이것은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공법으로 상대하기 때문에 쉽게 패하지는 않겠지만 쉽게 승리하기도 어렵겠지요. 상대도 그런 정공법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를 활용해야 합니다. '()'라 함은 일종의 변칙적인 방법이나 전술을 의미합니다. 물론 정공법으로 덤비는 적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법이나 전술이겠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수진' 전략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병법의 정석으로 봤을 때 3만명에 불과한 한신의 군대가 20만명이나 되는 조나라 군사와 맞서는 것은 지극히 무모한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한신은 강을 뒤에 두고(이 역시 퇴로를 스스로 막아 병법의 보편적 룰에 어긋나지요) 미리 기동력이 좋은 기병을 몰래 잠복시켜둡니다. 병법의 정석을 무시한 한신의 군대를 가벼이 본 조나라의 20만 군대는 성에서 몰려나와 한신의 군대를 공격합니다. 등 뒤에 강을 둔 한신의 군대는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그 사이에 미리 잠복한 한신의 별동대는 성을 급습해 성루에 한신의 깃발을 꼽게 됩니다. 성이 함락되자 조나라 군대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한신은 양쪽에서 협공하여 조나라 군대를 섬멸하여 대승을 거둡니다. 이 고사가 우리에게는 '배수진'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있습니다. 적이 알지 못하는 '()'를 통해 승리를 거둔 대표적인 고사지요.

적은 수의 군사로 대군을 맞아 승리를 거둔 예는 후세에 이름을 남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관도대전, 적벽대전, 비수대전 등은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억합니다. 이들 전투의 공통점이 적은 군대가 '()'를 통해 자신보다 많은 상대를 이겼다는데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에만 집중하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관도대전에는 영웅 조조와 수많은 맹장, 모사 외에 청주병이란 정예병력이 기본적인 '()'을 갖추고 있었고, 적벽에서는 오나라 주유가 이전부터 장강 일대의 지리에 익숙한 해적들을 포섭하여 정예군을 훈련시키고 있었으며, 비수대전에서는 사현이 전진의 부견을 대비하여 '북부병'이란 정예병을 훈련시켜 ''을 갈고 닦고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 것입니다. 기본의 '()'을 철저히 준비한 이들이기에 적은 수를 극복하기 위해 ''를 활용할 수 있었고 이것이 다행히 성공한 것인데 앞부분은 잘라낸 채 뒤의 사실만을 보는 것은 절름박이 지식과 교훈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설명이 길었지만 지식e가 소개하는 내용들은 균형잡힌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초를 다져주는 것입니다. 삶의 매 순간에 계속 주어지는 선택과 판단에 따라 우리네 삶의 방향과 모습은 크게 달라집니다. 순간의 선택과 판단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만큼 순간의 선택과 판단은 중요한데 정작 그 선택과 판단은 무엇에 준거하여 내려져야 할까요? 그 부분에 대해 답변을 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그 판단과 결정의 기준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달리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이 지식과 팩트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이야말로 합리적인 추론의 가장 신빙성있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지식e 시리즈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자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미덕이 되는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과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교과서나 지상파 방송 등에서만 지식을 찾고 그것이 전부인양 알고 살아온 사고의 절름발이에게는 놀라움과 동시에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풍성합니다. 세상의 빛에만 익숙한 이들은 그 뒤에 숨어있는 그림자를 보게되면 애써 부정하거나 그 값을 비교해 빛의 가치를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자위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던, 그림자는 늘 존재해 왔으며 그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사실'입니다. 애써 외면한다고 존재와 사실이 부정될 수는 없습니다. 지식e는 그런 폭넓은 지식의 향유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격한 감정에 흥분하거나 높아진 목소리가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어조로 넓게 이야기할 뿐입니다.

학교에서는 아름다운 경제학을 가르치고 방송뉴스와 신문에서는 연일 수출호황과 경제성장을 알리는 뉴스가 넘쳐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느낀 분들은 지식e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그 안에는 정부와 대학과 언론이 말하지 않은 사실과 팩트가 있습니다. 주목받지 못한 현실이 있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조금 속상해도 바라보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고 우리네 이웃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것이 독자님들은 '()'을 더욱 단련시켜 올바른 '()'를 결정할 수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게 해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대인 소장이 기고한 프롤로그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치려 합니다. 굵직굵직한 선택과 판단이 기다리고 있는 올해,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고, 극심한 청년실업, 자살률 급증과 출산율 급감, 고령화 속도 세계 1,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고 수준,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OECD 최장 노동시간, 소득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공공도서관 수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지출 비용 OECD국가 꼴찌,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학등록금.

이처럼 한국 사회는 조금만 훑어봐도 일반 서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 불량국가이자, 엽기적인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위정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기업 간, 계층 간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부동산 버블도 해소하지 못했는데 공공 부채와 가계 부채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5~10년 후면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적으로 밀어닥친다.

이런 중첩된 위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우선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현실을 바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에 발간되는 '지식e' 시즌7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우리가 함께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온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는 제주영리법인의 문제점을 다룬 '위험한 거래',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사태를 보고도 여전히 원전 의존도를 높이려는 한국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행복한 불편',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을 막다른 선택으로 내모는 대학등록금 '세계 1', 수출과 재벌 중심의 경제가 더 이상 서민들의 배를 불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끊어진 고리' 등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같은 현실을 바꾸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임도 이 책은 잘 일깨워준다. 그 선택은 때론 한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사회의 고뇌와 열망이 담뿍 담긴 개인의 선택은 그가 속한 공동체를 바꾼다. 이 책에 소개된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과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가 대표적이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선반공으로 일하던 당시 새끼손가락을 잃으며 열악한 서민과 노동자들의 현실에 눈뜬 그는 45기 끝에 대통령에 당선돼 '볼사 파밀리아(가족 수당)' 등 대대적인 서민지원정책을 추진한다. 그렇게 해서 빈곤선 아래에 살던 2,000만 명 브라질 국민들의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다. 피라미드의 밑바닥부터 온기를 불어넣은 그의 정책으로 그가 집권한 동안 브라질은 고속성장도 지속한다. 룰라 대통령이 보여주듯 다른 선택은 다른 세상을 가능하게 한다.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는 어떤가. 케냐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왕가리 마타이가 동아프리카 최초의 여성박사가 돼 돌아온 뒤 한 일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그린벨트 운동' 과정에서 독재정권으로부터 자택연금과 구속, 폭행 등의 탄압을 당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212월 케냐 총선에서 98%의 지지율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04년 아프리카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가 하는 말이 심금을 울린다. "나무는 행동의 상징입니다. 내일 당장의 변화는 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차이는 분명 생깁니다. 작은 차이의 첫 걸음은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당장은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서 무기력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오늘 우리가 심은 마음 속 한 그루의 나무가 10, 20년 후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번의 큰 선택을 앞둔 올해 우리의 선택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이 책 첫 머리에 소개된 것처럼 대한민국 헌법 1'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