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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그냥 죽여 버리는 것이 능사일까? 유감스럽게도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연이어 드러난 성범죄의 진상은 잔인할 뿐더러 엽기적이었다. 활자와 사진 정도의 시각적 전달수단만을 지닌 신문·잡지 등의 매체와는 다르게 영상과 청각효과를 전달할 수 있는 텔레비전은 강력사건의 보도에서도 더욱 강력한 전파력을 지니고 있다. 강력 성범죄의 용의자가 체포되면 수사 과정에서 필히 현장검증을 거치는데 이 장면에서 텔레비전의 진가가 드러난다. 범행현장에서 범행을 재현하는 용의자와 몇 미터 떨어지지 않는 폴리스라인 밖에서 내지르는 분노한 시민들의 아우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대체로 텔레비전 뉴스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들이다. "저게 인간이냐?""죽여라!""저런 놈은 아예 (성기를) 잘라버려야지!" 등등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격한.. 더보기
[제노사이드(Genocide) - 다카노 가즈아키] 인간다운 인간이기를 고민해 보았는가? 길을 지나다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됐다. 갈색털이 도드라진 귀여운 아기고양이였다. 어차피 녀석들의 습성상 내가 다가가 예뻐해 주려고 한들 도망가고 말터이니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하지만 녀석은 내 시선을 어느 정도 받는가 싶더니 결국 두려움이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도망가고 말았다. 사실 이 녀석이 밥(그냥 길거리에 떨어져 있던 정체도 알 수 없는 걸 먹겠다고 할짝 거리고 있었다)을 먹고 있었고, 이어 물을 마시는지라(역시 길가 작은 웅덩이에 아무렇게나 고인 물을 마시려고 했다)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기고양이는 결국 자동차 아래로 후다닥 도망을 가서는 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나를 곁눈질했다. 나는 그냥 돌아섰다. 그것이 내가 아기고양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