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사회

[대리사회 - 김민섭] 우리는 모두가 대리인간이다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친구와 그의 아내를 얼마 전에 만났습니다. 몇 년만에 만난 그들 부부 역시 저처럼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대로 치더라도 오랜만에 벗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마음만은 즐거웠습니다. 서로의 근황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금새 흘러버렸고 술잔은 마르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국밥으로 해장을 한 다음, 근처 카페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 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그들 부부에게 한국의 변화는 꽤나 생소한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먹방'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궁금증이 있던 차였습니다. 그냥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먹고 말지 왜 남이 먹는 것을 화면으로 보며 좋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한국을 떠난 것이 수 .. 더보기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오찬호] 남자라서 모르고 사는 것들 지금은 거의 없어진 '재래식 화장실'이란게 있습니다. 보기에 흉할 뿐더러 냄새도 고약합니다. 써보신 분들은 그 고통을 잘 아실 겁니다. 헌데 처음엔 고약했던 악취가 그 안에 조금 있다보면 나지 않습니다. 내부의 악취가 후각의 역치閾値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말이죠. 그쯤이면 실제로 악취의 강도가 어떤가에 상관없이 악취가 더이상 악취가 아니게 됩니다. 사람이 느끼기에 말이죠. 익숙해지거나 중독이되면 잘 모르게 됩니다. 둔감해지는 것입니다.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도 마찬가집니다. 누군가 한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에 익숙해졌다면, 그는 그 사회의 치부에서 풍기는 악취를 느끼지 못합니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구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을텐데요. 화장실 안에서 '아무 냄새 안난다'고 주장해봐야 진실과 거리가 먼 착.. 더보기
[노후파산老後破産 - NHK 스페셜 제작팀 저, 김정환 역] 노인들이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회를 아십니까?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시대의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딱 대중이 생각하고 원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요새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나이 먹음에 대한 조롱'입니다. 어린 아이돌을 데려다 나이가 두 배쯤 많은 사람을 공격하고 면박주는 식으로 웃음을 유도하더군요. 우리 사회가 나이먹음, 즉 늙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늙는다는 것은 약해짐을 의미합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해집니다. 노인이 여성,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배려와 양보의 대상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헌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인데(OECD 평균 12명), 7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108.3명(OECD 주요 27개국 .. 더보기
[이지메의 구조 - 나이토 아사오 저, 고지연 역] 이지메는 국적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업무차 학교를 가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한 번은 어느 초등학교에 갔는데 실제 사람크기만한 마네킹 사진이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름아닌 그 학교 담당 경찰관이었습니다.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밝게 웃고 있는 경찰관의 표정과 다르게, 제 마음은 '학교문제에까지 경찰관이 간섭해야 하는 시절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거웠습니다. 이지메의 구조국내도서저자 : 나이토 아사오 / 고지연역출판 : 한얼미디어 2013.03.25상세보기 나이토 아사오內藤朝雄 교수의 『이지메의 구조』를 읽고난 뒤, 그 생각이 얼마나 짧은 생각, 아니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학교내 따돌림 문제나 폭력의 수준은 그냥 방치해서는 안되는 수준입니다. 피해 당사자에게는 생을 포기할만큼 큰 고통이니까요.. 더보기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 309동 1201호] 사회는 정글이 아니지 않은가? 어린 시절, 집에 한 대뿐이던 텔레비전의 채널선택권은 아버지의 고유권한이었습니다. 그 때는 채널이라봐야 고작 KBS1과 KBS2, 그리고 MBC 정도였지만 말입니다. 그 중에서 아버지가 유달리 챙겨보고 좋아하던 프로그램은 KBS에서 방영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나 「동물의 왕국」같이 동물들이 나오는 것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우~와~ 우~와~ 우~와~ 퀴즈탐험~"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이 기억나네요. 동물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거야 당신의 취향이셨으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습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장면, 특히 사자가 새끼가젤들을 사냥해서 잡아먹는 장면을 본 뒤에 옆에 있던 저한테 "저것 봐라. 세상은 저런 곳이다. 강하면 잡아먹고 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