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무실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매일 나타난다.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길고양이다. 널리고 널린 코리안 숏헤어 종으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녀석은 어느새 사무실 앞마당을 점령했다. 먹이를 얻어다가 몇 번 주었더니 이제 아예 살림을 차리고 눌러앉았다. '개냥이'과라서 사람을 무척 잘 따르고 애교가 많은 녀석이라 스스럼없이 대하다보니 어느새 주인 대우를 해서... 결국은 밥그릇이고 사료고 간식이고 슬슬 장만하게 됐다. 앞발이 양말을 신고 있는 것처럼 하얘서 양말이라 이름붙인 이 길냥이는 이제 아침주면 먹고 놀다가 점심주면 먹고 그루밍하고 일광욕하고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로 퇴근하는 출퇴근을 시작했다. 이렇게 근무시간을 같이하는 고양이가 생기면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라는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나를 따르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였다. 어린 시절 살던 시골집 마루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놀던 추억은 있지만 실제로 뭘 먹여야 하고, 고양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것을 알고 있지는 못했다. 길고양이 집사가 된 김에 공부를 해보려고 집어든 이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양이 홀릭 수의사가 지은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의 생태와 일반에 관한 책이 아니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고양이 집사 안내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고양이의 입양에서부터 양육, 질병관리, 부재시에 대처법, 행동에 따른 고양이의 의사, 고양이의 역사와 문화, 은어까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알아두었음 하는 내용들이 제법 다양하고 깊이있게 소개돼 있다 (사실 다른 고양이 관련 서적을 읽지 않아서 주관적인 비교도 어렵기는 하지만). 특히, 저자가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수의사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질병과 TNR(중성화수술), 임신과 출산 등 의학적인 부분에 있어서 유용한 정보가 많다. 물론 이 책을 봤다고 고양이의 증상을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기보다는 빨리 알아채서 수의사에게 검진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말이다.
야생의 살쾡이를 인간의 목적에 따라 길들여서 인간과 함께하기 시작한 고양이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애완용으로 또는 신앙적인 목적으로 혹은 쥐를 없애기 위해 인간에게 길들여진 고양이는 그 목적이 없어지면 버림받기 일쑤였다. 게다가 번식력도 좋은 편이라 우리가 흔히 보는 길고양이들은 그 수가 꽤나 많다.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중성화수술을 시행하는 지차체와 병원들이 있는데, 내가 밥을 주는 길고양이 양말이는 TNR이 된 상태로 발견됐다. 그 표시로 오른 귀 끝이 1cm쯤 잘려있다. 고양이 중성화수술에 약간 부정적이었던 나도 이 녀석을 매일 보다보니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느니 차라리 건강하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소박한 생각이다. 다행이 양말이는 길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밥도 잘 먹고 건강해서 큰 걱정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고양이는 사람과 참 다르다. 아이스크림을 줘도 단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에 큰 소용이 없고, 예뻐서 준 우유는 소화효소가 없어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단편적으로 예를 들어봐도 이 정돈데 그 외에도 얼마나 다른 면이 많을까. 그런 차이점을 알고 대해줄 때 진정한 교감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왕자에게 '길들였으면 책임을 져야 해'라고 한 여우의 말처럼 인간의 그 누군가가 책임을 방기했다면 또 인간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이 녀석이 건강해서 계속 밥 달라고 나타날 때까지는 계속 밥을 주려고 하고 있다.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는 길냥이와 함께 할 시간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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