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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노사이드(Genocide) - 다카노 가즈아키] 인간다운 인간이기를 고민해 보았는가? 길을 지나다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됐다. 갈색털이 도드라진 귀여운 아기고양이였다. 어차피 녀석들의 습성상 내가 다가가 예뻐해 주려고 한들 도망가고 말터이니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하지만 녀석은 내 시선을 어느 정도 받는가 싶더니 결국 두려움이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도망가고 말았다. 사실 이 녀석이 밥(그냥 길거리에 떨어져 있던 정체도 알 수 없는 걸 먹겠다고 할짝 거리고 있었다)을 먹고 있었고, 이어 물을 마시는지라(역시 길가 작은 웅덩이에 아무렇게나 고인 물을 마시려고 했다)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기고양이는 결국 자동차 아래로 후다닥 도망을 가서는 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나를 곁눈질했다. 나는 그냥 돌아섰다. 그것이 내가 아기고양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 더보기
[이유 - 미야베 미유키] 한국의 집은 미다스의 손인가? 인간이 창조한 사물에는 내재적인 용도와 가치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과도는 사과나 배의 껍질을 벗기는 용도가 있고, 야구배트에는 야구공을 타격해서 안타나 홈런을 만드는 장비로서의 용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서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그 장비들은 애초 의도된 상황이 아닌 곳에서도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과도는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흉기로 둔갑할 수 있고, 야구배트는 아들을 때린 원수의 엉덩이를 내려치는 몽둥이로 변신할 수 있다. 본디의 가치와 용도가 왜곡된 것은 과도나 야구배트만은 아니다.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지닌 집에 대한 욕망은 교육열 못지 않게 뜨겁다. 집은 내 가족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이 커가는 거처다. 그에 대한 욕구는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