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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소금 - 박범신] 여기 아버지가 아닌, '한 남자'가 있다 소금저자박범신 지음출판사한겨레출판사 | 2013-04-1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TV화면에서는 귀향길에 오른 단란한 가정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고향에서 자식들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늙으신 부모님을 화면에 그린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각자의 부모와 고향을 향해 대장정을 떠나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애틋하게 연출돼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딱 거기까지다. 그 아래에 잠겨있는 이야기는 수면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수십 년의 관계를 맺어왔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부모와 자식, 형제는 의례 관습처럼 고향을 찾았지만 서로의 서먹함에 불편함을 느낀다. 가족 구성원 서로가 가족 내의 역할로만 상.. 더보기
여기 있는 이 어묵, 튀김, 떡볶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주머니가 비었습니다 사람의 입맛이란게 퍽 변덕이 심해서 가끔 이런 길거리 분식이 무척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급 길거리 분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포장마차 분식점을 찾아갔다. 먹고 싶어서 먹으니 과연 맛.... 있었다!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어느 아저씨가 들르셨다. 이 분은 두 손으로 몇 장 되지 않는 천 원 짜리 지폐를 세면서 들어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떡볶이 1인분...하고 나머지 튀김 주세요. 저 5천원 있어요." 꼬깃꼬깃한 천 원 짜리 지폐 몇 장을 어찌나 소중하게 세던지. 정성스럽게 세던 지폐 몇 장에서 새삼 돈벌이의 고됨과 천 원 한 장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저.. 지금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마을)버스 타야 하니까 빨리 주세요. 아, 저 6천원 있네요. 천 원 어치 더 주.. 더보기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특히, 너님들 때문에. 며칠 전이었다. 불현듯 포털에 눈을 흘기다가 훈제오리가 눈에 띄였다. 이엉돈 PD처럼 '저도 정말 좋아하는' 메뉴였다. '제가 한 번 먹어보지도' 못하고 고향집으로 쐈다. 평소 공치사 할 일도 없고 하지도 못하는 내 처지라 아무 말 하지 않고 고향에 보냈다. (귀향 할 때도 그렇고 연락을 안하고 불쑥불쑥 거려서 혼나기도 하는데 잘 안고쳐지는 버릇이다) 식구들 맛있게 먹으라고 보냈기에 이후 기억을 싸그리 잊고 지냈다. 며칠 인가 뒤였다. 퇴근 후 카페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는데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아버지는 평소에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거의 없는 분이다. 단, 뭔가 하실 말씀이 있거나 약주가 얼큰하실 때는 하신다. 전화를 받기 전 짧은 순간 머리 속으로 약주인가 꾸중인가 시나리오를 그리며 전화를 받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