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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비상경보기 -강신주] 우리는 비겁하고 치사한 나라에 산다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면 왜 그리 혼이 많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꾸중 뒤에는 "콩 한 쪽도 나눠먹어라",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어라" 등등의 훈계말씀이 이어졌지요. 이번에 구의역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의 어머니도 그러셨는가 봅니다. 아들에게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지요. 하지만 이제 남은 자식에게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이 비겁하고 치사한 나라가 책임감 있게 자란 청년을 어떻게 부려먹고 대우하는지 너무나 명확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노동유연화라는 시류에 따라 우리는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살고 있습니다. 이 불안과 고통은 현재진행 중이고, 상황은 더 나빠지고만 있습니다. 현 정부가 국회를 상대로 "노동개혁법 통과"라는 대국민 .. 더보기
1회용품과 사람값 어제는 점심으로 쌀국수를 포장해서 사다가 먹었습니다. 우리네 잔치국수도 맛있지만 베트남 음식이라는 이 쌀국수도 뜸하면 생각나는 맛난 요리지요. 유행을 타는 여러 외식 중 아직도 이곳저곳에 베트남 쌀국수 식당이 꿋꿋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적응한 듯 보입니다. 쌀국수를 다 먹고 나니 빈 포장용기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그릇이 말입니다. '1회용품'이라는 이 그릇들이 너무 좋은 겁니다. 품질이던 모양이던 그냥 일반 플라스틱 그릇으로 써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 '1회용'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저 편리하고, 설거지나 처리가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는 소중한 자원들을 1회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고작 한 번 쓴 뒤 버립니다. 결국 이 그릇들은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1회가.. 더보기
지옥에서 생지옥으로 ​​"어떤 집을 평가하려거든 그 집의 화장실을 보고, 어떤 사회를 평가하려거든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 약자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라"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무한 계약직 여성의 자살사건. 이미 며칠 지나서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을 이 사건이 계속 내 머리에서 빙빙 돌고있다. 가진 것 없는 젊은 세대, 거기에 여성, 또한 (비정규)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마이너이자 약자였던 이 사람의 죽음은 한국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바로미터일 것이다. 대기업에 치여 어렵다며 국민들에게 동정표를 구하던 중소기업들의 연합회가 다시 기성세대와 남성, 정규직에게 치이던 젊은 여성에게 그토록 비정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지주보다 악독한 마름'이란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일지 모르겠다. 정규직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