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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한국문학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오늘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본다 거울을 봅니다. 거울에 비친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분명 나인데. 뭔가 어색합니다. 이전에 보았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탁하게 변해버린 눈, 탄력을 잃은 피부, 두껍게 낀 군살이 눈에 띌 겁니다. 이게 나인가. 변해버린 내 모습에 낯섬을 느낀 가슴은 쓰라립니다. 대개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이 사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외국에서 타문화에 적응해 살아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세상에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나 삶의 방식은 '한국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장 내가 속해있는 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한국식 패턴과 관습에 익숙해지고 이를 보통 '철들었다'고 표현합니다. 철들었다는 말을 들을 때쯤 바라본 자화상은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모습일.. 더보기
[남한산성 - 김훈]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늦은 봄입니다. 아니 어쩌면 초여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선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가던 시절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제는 무더위를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이어서 우리를 과거에서 지금으로 끌고 왔습니다. 그저 그렇게 될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 산야에 녹음은 우거지고, 아이들은 부쩍 자랐고, 나는 예전 같지 않아졌습니다. 일상을 지내는데 있어 어떤 변화가 있으셨습니까? 학생이라면 성적이 조금 올랐을까요. 직장인이라면 연봉이 조금 오르거나 승진하거나 아니면 이직을 했을까요.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출산의 순간을 경험했을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좋습니다.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도 사실 조금씩 변화해 갑니다. 고정된 것은 없습니다. 이 장엄한 시간의 흐름과 누구도 대신해줄 .. 더보기
[검은 꽃 - 김영하] 오늘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 얼마 전 서점의 도서 판매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수 년전 출간된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란 책이 역주행 중이더군요.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며 우리 시민들이 국가란 존재의 실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세금을 징수하거나 공권력을 행사할 때는 명백했던 국가의 존재가 정작 내가 필요로 할 때는 부재했다는 허탈감이 시민들을 각성시킨 것이지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국가의 존재 명분은 이 땅의 현실에서 실현된 역사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왕조시대에는 종묘와 사직이 우선이었고, 공화국이 들어서고도 국민들은 뒷전이었으니까요. 군림하되 책임은 없는 이런 행태가 시민들의 냉소를 불러왔고, 체제의 유지를 위해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불행한 현실에.. 더보기
[국가의 사생활 - 이응준] 통일은 대박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도스타인 베블런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명품이나 사치품 구매를 통해 가난한 이들과의 구별짓기를 한다는 것이죠. 실상 소비만을 통해서는 아닐겁니다. 당장 우리사회만 해도 출신지역과 대학, 성별 등 갖은 조건과 이유를 붙여 서로를 구별짓기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19세기 말 미국사회 모습을 냉소적으로 비판한 베블런의 관점에서 21세기의 우리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지요.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는 내부의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 전략입니다. 마치 1차대전 후 독일인들이 나치의 아래 통합되는 한 편, 유대인을 사회내 악질적 소수로 구분짓고 증오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같은 사회 안에서 .. 더보기
[우리의 소원은 전쟁 - 장강명] 당신은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났나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어떤 존재의 크기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기같은 것처럼 말입니다. 무뎌지는 것이지요. 그런 것들 중에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릴 적 축구를 좋아했던 저는 주력을 높이고자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모래주머니를 하고 있으면 뛰는 것은 물론이고 걷기도 힘듭니다. 불편한데도 이것이 신기한 게, 한참을 하고 다니면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무뎌집니다. 안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감각이 무져지는 것입니다. 물론 벗고 나면 훨훨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지만 말입니다. 인간의 감각은 예민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참 무딥니다.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이 말씀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