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안개가 세상을 뒤덮은 깊은 밤. 도로 옆을 흐르는 내천의 소리를 듣다보니 사뭇 잊고 지내던 기억들을 꺼내어 본다.
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모래시계>에서 우석(박상원 분)이 아버지(고 김인문 분)의 말씀을 되새기던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사람 하나와 지켜야 할 바른 뜻 하나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구요.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구... 평화롭습니다."
바른 뜻 하나 정하는데도 그리 헤매던 시절이었다. 이제 지켜야 할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를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바로 앞의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또다시 헤매이지 않을까.
이 어둠이, 또 이 안개가 눈을 흐렸고 감각은 무디어져 버렸다. 한 치 앞을 보기도, 한 길 사람 속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나는, 겁도 없이 작은 뜻과 알아보지도 못한 그를 지켜낼 놈인가.
어두움과 자욱함이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더욱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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