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오만한 경제학아, 착각은 자유다

한량의독서 2014. 8. 22. 18:04

 

경제학이 세상의 원리인 양, 경제학이 빈곤대중을 구원할 수 있는 양 착각하는 책이며 이론들이 차고 넘친다. (경제학 베이스의 경영이론도 비슷하다) 기업과 시장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자기들만의 언어와 수식으로 꾸며진 세계의 완벽함을 과시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지랄'이다.

 

"미국 경제학자 브래드포드 드롱 Bradford Delong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석기 시대부터 기원후 2000년까지 250만 년의 시간 가운데 99.4퍼센트를 차지하는 기원전 1만 5000년까지 세계인구의 1인당 GDP는 국제 기어리-카미스 Geary-Khamis달러 기준으로 90달러였고, 그 후 전체 시간의 0.59퍼센인 기원후 1750년까지의 GDP는 180달러였다. 그런데 1751년부터 2000년까지, 즉 역사의 0.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의 GDP는 6600달러로 무려 37배나 증가했다. 다시 말해 인류가 가지고 있는 부의 97퍼센트가 인류 역사의 불과 0.01퍼센트인 250년 동안 만들어진 것이다. 그 250년 동안 급속한 성장을 가져온 것이 바로 시장경제였으며, 기업은 시장경제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 <기업의 시대>

 

그냥보면 틀린 말 없는 것 같다. 근데 일단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GDP를 추산할 수 있는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추측성 기사도 아니고 추측성 자료를 근거로 선사시대와 고대, 중세의 GDP를 계산하다니... 정말 작문실력 좋다. 과학 말고 문학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제일 웃긴 건 그들이 좋아하는 '자원은 유한한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라는 전제처럼, 유한한 지구를 250년만에 얼마나 파먹었으면 37배의 성장수치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고려와 성찰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극심한 환경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에도 불구하고 '성장'이라는 미명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이전의 인간이 그냥 지구의 표면에 기생하는 생명체 정도였다면, 이제는 조직을 이뤄 지구의 골수에 빨대를 꽂아서 빨고 있는 암세포급으로 전이됐다는 위기의식이 아예 없다.

 

경제학 혹은 경영학 어쩌구 하는 책이며 이론이며 배운 분들아. 좀 다양하게 생각해 주면 안되겠냐? 니 잘난 이론도 이런 식으로 지구가 파괴되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뿐더러,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살 수 있겠냐? 주제 파악을 좀 하셔. 물리학 흉내내지 말고 인간 중심의 학문으로 돌아와라.